청춘과 믿음 그리고 인간실격


‘인간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이다. 동시에 그의 삶을 다룬 자서전적 글이다. 책의 본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요조(다자이 오사무)의 암울한 인생을 다룬다. 마치 비 오는 날 불 꺼진 음산한 마을을 걸어가는 기분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청춘의 한 시기에 통과 의례처럼 거친 뒤 잊히는 작가’, 인간 실격은 ‘청춘의 서’ 로 묘사되고 있다. 대체 그의 절망적인 인생과 우리의 청춘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왜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실격되었다고 생각했을까.

며칠 전, 한 친구가 본인은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산타의 존재를 믿었다고 했다.

오락기를 선물로 받고 싶었는데 자고 일어나보니 어머니 취향의 옷이 머리맡에 놓여있어서 산타를 원망했었다고 말했다.

‘산타가 어딨냐..’ 하고 생각했지만, 나 또한 그랬을 것이다.

우리의 어린 시절은 순수한 믿음으로 가득 차있다.

부모님이 존재가 영원할 거라 믿는다. 소꿉친구와의 관계가 끊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 실격의 주인공이자 저자인 다자이 오사무는 앞서 말한 ‘믿음’ 을 느끼지 못했다.

이 믿음의 부재는 작가가 스스로를 ‘인간 실격’이라 여긴 이유라고, 나는 생각한다.

“서로 속이면서. 게다가 이상하게도 전혀 상처를 입지도 않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정말이지 산뜻하고 깨끗하고 밝고 명량한 불신이 인간의 삶에는 충만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서로 경멸하면서 교제하고 서로를 쓸모없는 인간으로 만들어가는 그런 것이 이 세상의 소위 ‘교우’라는 것이라면. 저와 호리키의 관계도 교우였음은 틀림없습니다”

심지어 남을 의심할 줄 몰랐던 순수한 요조의 아내 요시코는 한 상인에게 겁탈당하고 만다.

“아무 짓도 안 한다고 하고는…..”

요시코는 이렇게 말한다.

요조는 인간의 신뢰와 믿음에 대해 더 회의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신에게 묻겠습니다. 신뢰는 죄인가요?”

“과연 무구한 신뢰심은 죄의 원천인가”

그 후 주인공 요조는 술에 의존해 지내다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자살기도를 한다.

실패로 끝난 자살기도는 요조의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들었고, 책은 이렇게 끝이 난다.

“저는 올해로 스물 일곱이 되었습니다. 백발이 눈에 띄게 늘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흔 살 이상으로 봅니다.”

인간 실격과 청춘의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카페에서 냉랭한 분위기의 연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곧 한쪽이 뛰쳐나간다.

아마 그 사람은 관계에 대한 믿음과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참을 수 없는 슬픔을 느끼는 것이다.

이처럼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에 우리에게 큰 위기가 찾아온다.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소중했던 첫사랑을 잃어버린 우리의 청춘에게 다자이 오사무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모든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반복의 느린 變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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