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이유


진정한 독자가 그런 울창한 책의 세계에서 길을 잃고 압도될지, 제대로 길을 찾아 자신의 독서체험이 진정으로 스스로의 경험과 삶에 소용되게끔 만들지는 각자의 지혜나 운에 달려 있다.

헤르만 헤세 Hermann Karl Hesse

나는 왜 독서를 하는가?

어렸을때, 김진명씨의 소설과 해리포터를 제외하고 크게 기억나는 책은 없습니다. 게임, 축구 하는 것을 좋아했고 공부하는 것을 썩 좋아하는 학생은 아니였어요. 그러다 독서를 주기적으로 하고, 좋아하게 된 계기는, 군대 동기가 책을 많이 읽었어요. 저는 그 모습이 좋아보였어요. 시작부터 엄청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단순히, '멋있어 보인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하루에 1시간은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요, 새롭게 궁금한 책도 많습니다. 책 속의 책, 블로그,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오면 서점에 방문에 책을 살펴봅니다. 요즘에는 읽기와 더불어 쓰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여가시간의 상당 부분을 독서에 관련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궁금한게 생겼습니다. 저는 왜 책을 읽을까요?

이동진 작가가 책을 읽는 이유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을 접하며 '나는 왜 책을 읽는지에'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간단히 책 소개를 하자면, 독서를 '잘' 하기 위한 방법들은 소개하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작가가 책을 읽는 '이유'가 주된 내용을 이룹니다. 여기에 우리는 왜 독서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책읽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자기 성찰과 반성을 위해서라는 말은 부분적으로 맞지만 핵심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는다는 것이 한 사람의 세계를 만나는 가장 빠르고 정확하고 깊은 방식일 수 있지만 그 역시 핵심은 아닌 것 같아요.

핵심은 그 둘 사이 어디에 있다는 거죠. 그러면 둘 사이에서 만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물리적인 공간에서 특정한 시간을 함께 흘려보내는 식으로 만나는 건 아닐까요.

그렇게 한다면 좋은 삶은 뭐겠어요. 시간을 흘려 보내는 삶, 시간 속에서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잘 선택하는 삶, 그것이 좋은 삶이잖아요.

이동진 작가는 시간을 잘 흘려 보내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 합니다. 저는 이 말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다른 책을 비롯해, 많은 매체에서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물질적, 정신적, 심리적 보상을 중점으로 이야기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독서를 하는 이유를 고민하게 된 가장 주된 문장입니다.

시공간 속에서 매번 판단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이 실존적으로 세상을 향해서 갑옷을 두르는 게 습관인 거에요.

일단 습관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채우고, 최소한의 결정이 남는 시공간을 여집합으로 두는 거죠.

이동진 작가는 독서를 통해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편으로 삼기 보단, 독서를 '습관화'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좋은 습관을 통해 좋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저는 시간을 흘려보내기 위해서 독서를 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붙잡기 위해 독서를 했습니다. 독서는 생산적인 활동이라는 (근거없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독서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책을 읽는 이유

더 나은 사람

달라지고 싶어 읽고 있습니다. 더 나은 사람이란 무엇일까 생각하다 다이어리를 뒤적였습니다. 더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 더 웃는 사람, 더 성실한 사람, 더 따뜻한 사람이 되자고 썼는데요..(ㅋㅋ)

better_person

저는 책이 목표를 달성하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제가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부세계의 어떤 것을 소유하거나, 성취하거나,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의 생각, 사고의 개선을 통해 이룰 수 있는 목표입니다. 이 측면에서 공감, 비판적 사고, 질문과 대답의 세 측면에서 책이 훌륭한 나침반, 선생님, 지도자 등의 역할을 해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둘러싼 이 일상을 객관적으로 조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통찰이 있어야 변신을 꾀할 수 있다. 내가 지금껏 아무 생각 없이 거대한 시스템의 일부로 살아왔다는 사실부터 돌이켜 보아야 한다. 사유의 부재를 깨닳아야 한다.

공감

최근 숨결이 바람이 될 때(when breath become air) 를 읽었습니다. 촉망한 외과의사의 암 투병기를 다룬 자전적 에세이 입니다. 주인공이 외과의사로서 주변의 인정을 받을 땐, 마치 제가 목표를 이룬 듯 한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주인공이 암을 선고받고 주변사람들과 지내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책 말미에서 딸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편지를 읽었을 때는 눈 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또한 그 책을 통해 해부할 당시의 의대생의 느낌, 의사가 병원에서 환자를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지, 반대로 절박한 환자는 어떤 것들을 의사에게 요구하는지, 시한부 선고를 받고 아이를 출산했을때 주변 가족들의 생활 등을 간접적으로 느꼈습니다.

제가 느꼈던 이러한 감정을 <다시, 책으로>의 저자 메리언 울프는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세계에 대해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던 관점에서 타인의 관점으로 옮겨갔다가 더욱 확장된 상태로 되돌아오는 과정

공감 (共感)의 뜻을 짚어보고 싶습니다. 남의 주장이나 감정, 생각 따위에 찬성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독서를 할 당시에 타인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다시 저의 세상으로 돌아오게 되었을 때, 그의 세계중 일부는 제 세계가 됩니다.

주변 사람들과 다툴 때, 대화에 오가는 말이 있습니다. '내 입장은, 내 입장이 되어봐.' 우리가 타인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면, 많은 갈등과 오해, 다툼이 원만하게 해결되고 때로는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나는 '나의 세계'를 통해 타인을 바라보고, 타인은 '타인의 세계'를 통해 저를 바라보니까요.

이러한 관점에서 독서가 타인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비판적 사고

이 글을 시작할 때 헤르만 헤세의 독서에 관한 생각을 인용했는데요,

진정한 독자가 그런 울창한 책의 세계에서 길을 잃고 압도될지,

길을 잃고 압도된다는 것은 책의 내용에 함몰될 수 있는 위험성을 말한 것 입니다. 비판적 사고의 여하에 따라 언급한 것이라고 저는 해석합니다. 비판적 사고를 갖지 않는 것은 위험합니다. 예를 들어, 어제까지 '짬내서 하는 시간 관리'에 대해 읽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다른책을 접하니 '창의성을 위해 뇌의 잠재의식을 가장 활발하게 만들어주는 멍때리기 필수적이다'는 내용의 책을 읽습니다. 비판적인 사고가 결여된 우리의 뇌는 혼란스럽습니다. 대체 나는 어떤걸 해야 하는거야.

저의 실제 경험담인데요, 각각의 책이 말하고 있는 견해도 상충되는 내용이 많습니다. 예술가의 가치를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 심미주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와 예술은 현실의 모방일 뿐이다를 주장한 플라톤의 말이요.

critical_thinking

비판적 사고는 왜 필요하죠?

결국에 우리는 다양한 견해를 접하기 위해 책을 접하지만 선별적으로 견해를 습득해야 합니다. 비판적 사고란 외부 정보나 생각에 대해 무조건적인 수용을 지양하고 나아가 본인만이 가질 수 있는 생각 로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때, 자신에게 가장 부합하는 의견을 선별할 수 있어야 편향적 생각이 다른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게 되는 경향을 피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의 생각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말이 아닙니다. 한가지 경우에 대해 다른 각도에서 말하는 전문가의 말들을 비판적 사고를 통해 조합하고, 나의 상황에 가장 부합하고, 기존에 따르던 가치들과 평행하는 것을 엄선해야 합니다. 유연한 사고와 우유부단한 사고는 차이가 있습니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나를 객관적으로 조망해야 합니다. 나의 생각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나의 행동으로 인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공감능력을 통해 우리를 제 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조망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때, 비판적인 사고능력이 결여된 상태로 다른사람의 생각을 수용하게 되면 우유부단한 사고를 갖게 되겠죠.

비판적 사고는 다양한 정보와 견해를 접하되, 여러 다른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독서를 통해 우리는 비판적 사고를 기를 수 있습니다. 정제된 언어를 통해 저자의 생각회로를 그대로 답습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른 견해를 밝힌 책을 통해 이에 상반되는 의견을 언제든지 찾아보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공감능력을 통해, 다양한 관점을 습득하게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다른 관점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하는 생각이 다 맞다' 의 식으로 편향적으로 생각을 하거나, 아니면 다른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게 되는 경향을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과 대답

질문 하기 참 어렵습니다. 중요한 주제일수록 질문하기가 꺼려지거나, 어떤 질문을 해야하는지 조차 어렵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예를들면 이런거죠,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주변에 속 시원하게 물어볼 때도 없고, 물어봐도 시원한 대답을 해주는 사람을 찾기 힘듭니다. 결국 자신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본인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심리상담이 잘 들어주고, 알맞은 질문을 내담자에게 한다는 통설을 생각해봐도 자신에게 중요한 사안일수록 본인이 결국 답을 찾아야 합니다.

독서를 하며 궁금증이 생기고 해소됩니다. 저자가 궁금증을 직접적으로 해소해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를들면, A에 대한 해답은 B입니다. 이렇게요. 제가 궁금증을 해소하는 방법은 제가 그 주제에 대해 밑줄치고, 메모했던 것들을 돌아보며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또, 저자는 이렇게 생각 하는구나 정리하며 생각을 키워나가려고 노력합니다.

가장 적극적으로 책에 질문하는 것은 이번 저는 왜 책을 읽을까요? 라는 질문인데요, 사실 아직 뾰족하게 왜 읽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좋아서 읽지' 가 가장 주된 이유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책으로,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읽었으면 달라져야 진짜 독서, 이동진 작가의 닥치는 대로 .. 를 읽으며 질문을 가지고 저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왜 나는 독서를 하는가? 에 대한 저의 의문이 사라질 때 까지 책을 통해 저를 비춰보고, 답변을 찾을 겁니다.

다른 사람들의 정신을 옅보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쉽고, 강력한 통로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은 동서고금을 떠나, 가장 비용이 낮고 진입장벽이 낮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워렌버핏과 식사를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워렌버핏 관련된 책은 언제든지 읽어볼 수 있는 것 처럼요.

반복의 느린 變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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